
2008년 여름, 해가 눈부시던 날, (주)페어트레이드코리아를 찾았다. 페어트레이드코리아의 의류 브랜드 ‘그루’(g:ru) 오프라인 매장 1호점 뒤쪽의 가정집을 개조한 사무실은 참으로 조용하고 아름다운 곳으로 신출내기 MD인 내 맘에 쏙 들었다.
통유리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다 받으며 미팅이 시작됐다.
“우리 제품은 공장에서 찍어내는 게 아니라 거의 다 수작업으로 만드는데다 화학 가공을 하지 않아서 제품에 따라 색깔이나 사이즈, 모양 등이 아주 조금씩 차이가 납니다. 많은 고객들은 이러한 점을 납득하고 오히려 ‘수제품’의 장점으로 받아들이지만, 간혹 ‘품질’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분도 계셔요. 오프라인 매장에 오신 고객이라면 일일이 설명해드릴 수가 있는데, 인터넷 쇼핑몰의 경우 그렇게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할 수가 업어서 안타까워요. 품질의 기준이 ‘획일화되고 정형화된 상품’이라는 게 좀 안타깝기도 하고요.”
페어트레이드코리아 김희진 간사의 말에 나는 이로운몰 회원들은 그렇지 않을 거라고, 획일화되지 않은 것에 더 많은 점수를 줄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가 듣기에도 목소리에 힘이 가득 확신에 차 있진 않았다.
명품 브랜드만 가치가 있나요?
임금이 싼 제3세계에서 만든 제품인데 왜 이렇게 비싸냐. 거긴 물가도 싸고 노동력도 싼데. 중국산은 얼마나 싼데,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야말로 브랜드만 있는 명품에는 기꺼이 엄청난 돈을 지불하면서요. 거기에 얼마나 많은 거품이 있는 줄 뻔히 알면서도 말이에요. 명품 브랜드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지구촌 이웃의, 노동의 대가를 정당하게 쳐주는 데는 좀 인색하죠. 그럴 때도 참 힘이 빠져요. 우리가 이익을 많이 남기는 것 아니냐고 할 때도 서운해요. 정말로 우리 제품은 이윤이 박하거든요. 아직도 적자상태인 걸요. 생산자를 지원하는데 정말 많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고요.”
한쪽에서 이런 이야기가 오가는 동안에도 페어트레이드코리아의 또 다른 일꾼은 네팔 현지 출장 준비에 분주했다. 잘 고민하고 결정하시라고, 말뜻은 충분히 이해했다고 하고, 그 자리를 파했다.
그렇게 미팅을 마치고, 나는 바로 사무실 바로 옆에 있는 그루 매장을 둘러보았다. 옷은 대체로 얌전하면서도 단순하지만 멋이 있었고, 세련되어 보였다. 생활소품 역시 소박하지만 고전적인 아름다움이 있었고, 사람 손이 많이 간 티가 나는 욕심나는 것이 많았다. 이거라면, 굳이 ‘공정무역’을 내세우지 않아도 될 만큼,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고 할까. 내 눈엔 그랬다. 나는 친구의 옷을 샀다. 폭신하면서도 도톰한 유기농 면의 감촉이 참 좋았다. 한 여름이었는데도 그렇게 도톰한 옷을 사고 싶을 정도로 내 마음이 좀 서늘했던 것도 같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그저 시간이 흐른 건 아니다. 나는 바빴고, 끊임없이 상품을 찾고, 사람을 만나고 다녔다. 이로운몰은 12월 24일에 프레론칭을 했고, 페어트레이드코리아에서 전화가 왔다. 입점하겠다는 전화였다. 이로운몰 회원들을 단순한 고객이 아닌, 소통할 수 있는 희망의 동반자로 믿는다,는 뜻으로 알아들었다.(이건 나 혼자만의 생각이다) 기뻤다.
지구촌 빈곤문제에 도움돌이 되고자

(주)페어트레이드코리아는 아시아의 가난한 여성들이 만든 자연주의 의류와 생활용품을 공정한 가격에 거래하여 지구촌 빈곤문제 해결에 기여하고자 설립된 시민주식회사로 노동부 인증을 받은 사회적 기업이기도 하다.
회사 이름이 말해주듯 아시아 여성 및 노동자와 밀착하여 ‘공정무역’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희망무역’(페어트레이드코리아의 표현)업체다. 유기농 면을 비롯해 각종 천연 섬유에 유독하지 않은 성분으로 염색하는, 일일이 사람의 손길이 들어간 의류 브랜드 그루를 비롯하여 예쁘고 쓸모 있는 생활소품 등을 소개하고 있다.
(주)페어트레이드코리아는 상표 뒤에 감추어진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고 제안한다. 상표는 상표로서만 인식하지 말고, 그 상표를 부착한 상품을 만든 사람들에게 눈을 돌려보자고 말한다.
“우리가 물건을 살 때 브랜드 대신 만든 이의 이야기를 먼저 생각한다면 베틀로 옷을 짓는 라오스 여성이 충분한 식량을 살 수 있습니다. 일주일에 50시간 양탄자를 짜던 소년이 학교에 갈 수 있습니다. 절망에 빠진 인도의 면화 재배 농민의 자살을 막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원조가 아닌 거래를 통해 자부심이 자랄 수 있습니다.”
(주)페어트레이드코리아 홈페이지를 통해 ‘고객‘들에게 전하는 이야기이다.
담당 MD 입장에서야 “페어트레이드코리아의 희망무역 상품, 많이 많이 사 주세요.”라고 해야겠지만, 이로운몰 회원들이 상품 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간이 된다면 (주)페어트레이드코리아의 오프라인 매장도 한 번 둘러보시라.
안국동의 고즈넉한 분위기에 젖어 산책하기도 참 좋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