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통화? ‘비워라, 채워질 것이다.’

_ | 2012/08/09 | 살림살이, 탐방인터뷰


2012년 첫 달시장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변화는 바로 대안화폐 ‘별통화’ 도입이다. 이번 달시장에서는 별통화 별무리를 모집하여 지역화폐에 대한 공부를 함께 하고, 달시장 현장에서 직접 운영한다. 별통화를 위한 공부 모임 ‘별열공’도 만들어졌다.


별통화 운영 담당자 ‘명상맨’ 김영수 씨 (41, 불교 아티스트)

달시장 전 날, 별통화 운영 담당자 김영수(41, 불교 아티스트)씨는 별통화 계좌를 넣을 수 있는 별주머니를 목에 걸고 취재팀을 맞이했다. 그에 따르면 자본주의 화폐의 논리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자꾸 욕심이라는 것이 자라났다. 더 많이 벌고 모아야 마음이 편해진다. 없으면 초라해지고 박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오죽하면 뭐니뭐니해도 머니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을까.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돈 없이 행복한 세상을 외치는 것이 가능할까? 대안 화폐 ‘별’통화로 사람끼리 만나 신뢰를 쌓는다. 진짜 돈이 아니어도 가능하다. “대안화폐에 관심이 있고 쓰고 싶은 사람에게 신청서를 받아요. 회원들끼리는 자유롭게 쓰는 거고, 저희가 가교 역할을 하는 거고요. 재능을 팔수도 있고, 물건을 팔수도 있고, 제 3자한테도 팔 수 있고 자기가 자꾸 거래를 만들어내면 되는 거죠.”

달시장의 기획 단계부터 대안화폐 도입 이야기는 나오기 시작했다. 달시장에서는 3가지 분야의 보따리 장수를 섭외했고 15명 정도의 별무리와 방물단 5명, 창의 팀 4-5명 등 그동안 알음알음으로 신청한 사람이 33명 정도가 모였다. 별통화는 50명 내외의 사람들이 시범적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대안화폐가 별건가요? 별은 내 가슴에
일명 ‘별보따리’ (별통화를 넣을 수 있는 주머니)를 직접 사용해 보았다. “별보따리가 매개체 역할을 하려고 신경을 썼어요. 나무로도 만들어보고, 가죽으로도 만들어보고 워크숍을 할 때 하시던 분이 아기 낳고 쉬고 계시다가 일을 해봐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던 차에 참여를 해 주셔서 이런 주머니를 만들게 되었어요.” 별보따리는 별통화로 14별, 현금으로는 7천 원 정도의 가치를 가진다.

1별이 500원 정도 되냐는 질문에 현금처럼 등가를 매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자본주의 현금체제에 익숙해져서 어쩔 수 없이 계산부터 하고 보는 탓이다. 그런 개념을 떠나 재미있게 쓰면 좋다. “0과 0인 상태에서 시작하는데 + – 가 있어요. 아무 것도 갖고 있지 않아도 쓸 수 있다는 게 그냥 통화랑 다른 거예요. 벌었으면 다시 내가 갖고 있는 걸 주어야겠죠. 약속도 할 수 있어요.”


(+), (-)로 기록되는 별통화 계좌에 거래 내역을 써 넣고 사인을 교환했다. 첫 거래를 하고 나니 내 계좌 거래 내역에 남은 건 -14. 왠지 빚을 진 기분이라 자꾸만 어떻게 해야 갚을 수 있는지를 묻게 된다. 자신의 별을 만드는 것은 재량이다. 자신이 쓰던 물건을 거래해도 좋고, 재능을 나누어도 좋다. 달시장 현장에서는 일손을 도울 수도 있다. 누구나 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별통화의 기본 전제다.

“집에서 장난으로 딸이랑 해봐요. 공부를 하면 딸이 자기에게 몇 별을 달라하는 식이에요. 자기의 착한 일에 대해 별통화로 가격을 매기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되더라고요. 그러면 엄마는 엄마가 할 수 있는, 아빠는 아빠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아이는 환심을 살 수 있는 착한 일들을 개발해내죠. 이런 화폐의 장점 중에 하나가 선행에 대한 동기 유발입니다.”

명상으로 비우며 채우는 별통화
그렇지만 대안 화폐를 공부하면서 오히려 어려운 느낌이 든다고 고백한다. “처음 느낌에는 재밌고 시도해 볼만하다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미궁에 빠져요. 이건 좀 지성적인 돈이 아닌 것 같아요. 지식적으로 생각하면 할수록 말이 안 되는 거고, 귀찮기도 하고.” 별통화를 좀 더 쉽게 쓰기 위해 트위터에서 해시태그로 #byul을 쓰면서 품앗이를 해보려 한다.


지난 4월 하자센터에서 열린 자공공(自共公) 포럼에 참가했던 얼스데이머니의 이쿠마 사가 대표와 한밭레츠의 김성훈 실장이 언급했듯이 지역화폐가 꿈꾸는 이상점은 큰 산이 아니다. 지금 주변에서 좋은 일들을 발견하고 아이를 키우며 행복할 수 있게끔 자녀 보육 문제에 조그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 정도다. 달시장에서 선보일 별화폐도 마찬가지다. 별 화폐를 사용하는 사람들끼리 즐거운 거래를 하면 된다.

김영수 씨는 하자센터에서 ‘명상맨’ 이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다. 닉네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십년 넘게 명상을 해 왔다. 불교미술을 팝아트라는 장르를 통해 불교 교리 대중적으로 풀어낸 불교 팝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조계사 인근 불교대학에서 불교를 공부하고, 수행을 했다. 사실 명상이라는 것은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는 뜻. +와 –가 쌓여가면서 결국 0이 되는 것이 가장 평온한 화폐, ‘별통화’와도 상통한다. 비울수록 쌓이는 별통화에 대한 그만의 설명이다.

“우리가 상상하는 가부좌 틀고 생각에 잠기는 것은 수행을 하기 위한 연습이에요. 삶이 실전이고요. 삶의 평온을 유지하기 위해서 가부좌 틀고 연습을 하는 거죠. 명상에서 비워라 비워라 그러는데 지역화폐에서 그런 걸 많이 느껴요. 자본주의 같은 경우 쌓고 모으고 그래야 하잖아요. 얘는 그런 게 하나도 없어요. 계속 써주고 그래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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