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살이 경제학을 위하여] 살림/살이 경제학은 큰 차원에서는 나라 경제, 세계 경제를 조직할 수 있는 원리고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적용이 가능한 이야기다. 살림/살이 경제학은 ‘(남을) 살린다’와 ‘(내가) 산다’는 두 뜻을 겹쳐 놓았다. 이 말을 만든 사람들은 남을 살리는 것과 내가 사는 것을 구별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은 본래 그 자체가 함께 산다는 것이며, 그 과정 속에서 남을 살리는 것과 내가 사는 것이 불가분으로 엮여 있다.
1부: 돈벌이 경제 VS 살림/살이 경제 – ④ 가장 많이 얻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가?
경제 활동의 규모가 질적으로 양적으로 또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확장되어 나가게 되면 이를 효율적으로 조직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모든 경제 행위와 자원을 숫자로 바꾸어, 즉 화폐로 환산하여 다룰 수밖에 없게 된다. ‘계산 수단으로 화폐’의 사용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돈벌이 경제의 필연성을 도출하는 논리로까지 발전하기도 한다.
즉, 살림/살이 경제란 ‘미개한’ 혹은 ‘저발전’단계의 경제에 불과하며 돈벌이 경제는 더 우월하고 더 보편적인 경제 형태이므로 역사적인 경제 발전의 목적지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경제 계산의 필연성’과 ‘돈벌이 즉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경제’라는 두 가지 별개의 문제를 하나로 혼동한 것에 문제가 있다. 내가 ‘돈 벌이 경제’ 그리고 ‘돈벌이 경제학’이라고 부르는 것은 단순히 돈을 단위로 하여 경제적 계산을 하는 행동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당연하게 살림/살이를 기획함에 있어서도 다종 다기한 계산이 필요하고 많은 경우 그것이 돈을 단위로 하여 이루어져야 하는 것 또한 물론이다. 계산상의 합리성은 인간 만사 어디에나 필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계산상의 합리성을 유일무이의 합리성으로 여기고, 여기에서 한걸음 나아가 가장 적은 투입(화폐로 계산된)으로 가장 많은 산출(화폐로 계산된)을 낳는 사고방식, 즉 최대의 이윤을 창출한다는 원리 하나만으로 인간 만사를 조직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여 행동이 이루어지는 영역을 돈벌이 경제라고 부르는 것이며, 또 그것을 하나의 정상적 규범으로 여겨 이론을 구성하는 경제학을 돈벌이 경제학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전통적 경제가 아닌 복잡한 산업 사회에서의 경제는, 개인적 차원에서도 집단적 차원에서도 고도로 정교화된 계산 행위가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인간 세상에는 이러한 계산상의 합리성 이외에도 여러 다른 차원 에서의 합리성이 병존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다른 차원의 합리성은 이윤 극대화라고 하는 것 말고 다른 원리에 근거한 합리성의 차원을 갖게 마련이다. 이러한 복수의 여러 합리성은 때로는 이윤 극대화 차원의 합리성보다 우월한 지위를 갖게 될 수도 있고, 또 그 자신이 계산적 합리성에 의미와 기능을 부여하는 독자적 원리가 될 수도 있다.
요컨대 당기순이익과 자산의 증식을 목표로 짜여진 기업회계 이외에도 여타의 사회적 목표와 합리성을 조직 원리로 하여 새로운 범주로 구성된, 이를테면 사회적 회계(social accounting) 같은 것이 얼마든지 성립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고려해야 할 여러 다른 합리성들을 찾아내고 서로 견주어 보는 합리성이 바로 살림/살이의 합리성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어느 쓰러져가는 대갓집에서 막내딸을 결혼시킨다고 하자. 뽑을 기둥뿌리는커녕 당장 생계도 잇기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는데도, 그 대가집의 가장은 빚을 내서라도 가장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결혼식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이는 형식적 합리성이라는 차원에서 보자면 전혀 터무니없이 비합리적인 일일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 가족 성원이 자신들의 체면과 사회적 평판을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치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면 이는 얼마든지 합리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의 더욱 극적인 사례도 있다. 몇십년 전 어느 세계적 자동차 회사에서 실제로 벌어져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일이다. 그 회사가 새로 개발한 모델의 자동차가 브레이크에 설계상의 심각한 결함이 있어서 많은 사상자가 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고 경영진 또한 이 점을 인지하였다. 하지만 회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립 라인 자체를 새로 설계하는 비용과 사고가 날 확률을 감안한 예상되는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액을 재어 본 뒤 전자가 후자 보다 크다는 이유로 조립 라인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인명의 사상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내용적 합리성의 관점에서 보면 실로 어처구니없는 짓이겠으나, 이윤의 극대화라는 자본 회계의 형식적 합리성에서 보면 대단히 합리적인 행위다.
오히려 더욱 흥미로운 질문은, 이렇게 인간 행위에 공존하는 여러 가지 합리성 중의 하나에 불과한 계산적 합리성, 나아가 자본 회계의 합리성이 어쩌다가 다른 모든 합리성을 압도하는 절대지존의 자리에 서게 되었는가다.
인간 세상에서 특히 고도로 발전된 산업 사회에서 경제적 계산은 개인으로나 집단으로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살림/살이의 경제 또한 일정한 규모에 이르게 되면 합리적인 경제적 계산은 필연적으로 요청된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 계산의 합리성이 돈벌이 경제(학)의 조직원리인 더 많은 이윤을 남긴다는 합리성과 동일한 것은 아니다.
인간 세상에는 돈벌이 경제와 돈벌이 경제학 또한 필수불가결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윤의 극대화라는 돈벌이의 합리성이 유일무이의 경제적 합리성은 결코 아니며, 지배적인 합리성인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것이 살림/살이 경제의 존재를 분명히 인지하고 그 독자적 합리성을 탐구하는 살림/살이 경제학이 존재해야 할 이유다.
(*편집자주 : 이 칼럼은 매주 목요일 연재됩니다. 전문은 『살림/살이 경제학을 위하여(지식의날개 펴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신들께서 사람들의 살림살이를 감추어 버렸으므로······
– 헤시오도스, ⌜신통기⌟ 97:42
살림/살이를 해야 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통하여 ‘돈벌이 경제학’에 찌든 사고 방식을 성찰하게 하는 것이 이 책을 내는 목적이다.
세종대는 세종대생협에 장학금을 요구하면서 나가라 한다더군요.이건 대학생협의 선 창출 가치가 장학금이냐,학생 복지냐를 둔 논란으로 보입니다. 대학과 생협이 계약할 때 장학금 외에 다른 사회적 가치를 조항에 넣었다면 어땠을까요? 홍 소장께서 칼럼에서 쓰신 것처럼 ‘최대의 이윤’이 인간만사 모든 사업에 적용해야 하는 선순위 가치로 여겨져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기업에 사회적 회계, 혹은 사회적 가치 측정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합니다. 당장 협동조합, 사회적기업에 적용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세종대 생협 건도 그렇지만 조합원,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설립한 사업장에 어떤 사회적 가치를 요구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사회적 회계를 꼭 도입해야 할 곳이 또하나 있습니다. 국내 최대의 협동조합, 농협입니다. 만약 농협이 부실화되면 누가 책임 질까요? 농민과 국민일 것입니다. 책임 질 사람이 주인입니다. 마땅히 주인이 ‘너희가 창출할 가치는 무엇이다’를 분명히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생협은 굳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지 않아도 양질의 물품을 염가에 조달하기만 해도 그 자체로 사회적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는 조직입니다. 그런데 학교측에서 이걸 시비건다는 건 쫓아내고서 그 자리에 비싼 상점 임대를 해서 수익을 올리겠다는 속셈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제 생각에는 학교 운영의 지배 구조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해야 합니다. 따지고 보면 학교 법인도 영리 법인이 아닌데 누군가가 마치 기업처럼 운영하는가 싶네요.
비영리법인인 대학을 영리법인처럼 운영하는 건 그동안 법인 평가를 재무적인 부분, 취업률 같은 것으로만 했기 때문 아닐까요? “2009년 12월 세종대 본부는 복지시설의 운영을 외부업체에 맡겼다. 세종대 생협이 운영하기로 한 매점과 식당이 위치한 학생회관을 동원 F&B에 턴키(일괄수주) 형식으로 임대한 것이다. 세종대 학생회관은 본래 민자(민간자본)가 아닌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지어졌고 운영됐다. 학생회관을 임대하기 위한 입찰 설명회 당시 생협을 지지하는 학생들과 세종대 본부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세종대 생협은 텐트 농성 중이라고 하네요. http://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112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