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경제의 숨은 히어로] 자활판 베테랑, 정호성 서울광역자활센터장

_이로운닷넷 에디터 | 2012/05/30 | 기획특집, 탐방인터뷰


사회적경제의 숨은 히어로

사회적기업과 함께 만드는 대안경제 미디어네트워크 ‘이로운닷넷(eroun.net)’ 이 론칭 특집으로 ‘사회적 경제의 숨은 히어로들’을 만나봤습니다. 이들의 무수한 무용담은 이로운닷넷에서 이어집니다.
[기획특집 - 사회적경제의 숨은 히어로들 : 수능 상위 0.1% 부터 산동네 활동가까지 매료된 그것!]

‘자활판 베테랑’

아마존에서는 경험이 생과 사를 가릅니다. 숙련된 사냥꾼은 맨손으로 밀림에 들어가도 고기와 물을 구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를 베테랑이라고 부릅니다. 베테랑은 ‘어떤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여 기술이 뛰어나거나 노련한 사람’입니다. 

자활사업에도 베테랑이 있습니다. 15년 동안 자활판에서 ‘구른’ 정호성(55) 서울광역자활센터장입니다. 서울광역자활센터는 서울시에 있는 31개 지역자활센터를 지원합니다. 고용과 복지에 대한 종합적이고 효율적인 지원을 통해 ‘일을 통한 자립’이라는 서울형 그물망 복지 이념을 실천합니다.

이로운닷넷은 지난 22일 삼성동에 있는 서울광역자활센터에 들러 서울지역 가난한 사람들의 자활을 책임지고 있는 자활판의 베테랑 정호성 센터장을 만났습니다. 

 


“사회적 경제의 담론을 형성한 것이 자활판이라고 생각해요.” 정호성(55) 서울광역자활센터장

 

정호성 센터장: 서울광역자활센터장. 서울 지역 31개 지역자활센터를 지원하는 업무를 책임.   
* 특징: 자활판의 진정한 베테랑! 외유내강 아우라 작렬! 신학을 전공했으나 졸업 후 막노동, 택시운전사, 자동차정비공 등 20년 넘게 바닥에서 산전수전 다 겪음. 온화한 말투에 눈빛이 날카로움. 여러 사람들과 <생산공동체운동><자활사업실무핸드북><노숙자자활을 위한 실무매뉴얼><집수리실무><자활사업종합보고서> 등 자활사업과 관련된 책을 출판. 

 

요즘 집중하고 있는 일을 말씀해주세요.

늘 집중을 하는 일은 지역자활센터에서 하는 일들이 더 잘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죠. 또 제가 직접 자활현장에 가서 목소리를 듣기도 하고요.

요새 박원순 서울시장님이 마을공동체 만들기에 관심을 보이시잖아요. 사실 자활사업과 마을공동체 만들기는 다른 개념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자활사업을 발전시켜서 어떻게 마을공동체를 회복시킬 수 있을까 고민 중입니다.

 

요즘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 무엇일까요?

행복은 누가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에요. 실질적인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항상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요. 또 그걸 몸으로 느끼며 살아가고 있어요.

행복이 외부에서 오는 거라면 <현장을 찾아서>를 책으로 만든 일이에요. 제가 직접 자활사업 현장에 계신 분들을 뵙고 남긴 인터뷰 내용과 사진을 보니까 분량이 꽤 되더라고요. 오늘 복지부 국장님이 오신다고 그래서 일단 책을 두 개만 만들어 보았어요.

저는 이걸 지자체장, 시의회·구의회 의원님들과 공유할 거예요. 이분들이 직접 자활현장에 오셔서 주민들과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제안하려고 합니다. 일종의 자활현장 체험 릴레이입니다. 이분들이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서 일을 한다고 하지만 관념적으로 아시는 경우가 많거든요. 생생한 현장에 와서 주민들과 일을 해봐야지 정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어떤 건지 몸으로 알 수 있어요. 

 

사회적경제 진영에서 일 하신지 얼마나 되셨나요?

자활 사업에 종사했던 걸 사회적 경제 진영에서 일을 했다고 일치시킬 수는 없지만요. 자활사업이라고 하는 것이 일반 영리업체처럼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공익을 위해서 일자리를 만들고 주민들과 함께 일을 하는 거라면 넓게 보면 사회적 경제의 일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렇다고 치면 1997년부터 성북자활지원센터(현 성북지역자활센터)에서 처음 자활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다음은 종로자활후견기관(현 종로지역자활센터)에 있었어요. 보통 5~6년 정도 있었죠. 어느 정도 기반이 닦이면 떠나오곤 했습니다. 지금까지 15년 정도 됐습니다.

 

사회적경제 진영의 업무 경험으로, 삶이 어떻게 바뀌었나요?

자활사업이 자리를 잡게 된 것은 1997년 당시 아이엠에프가 터지면서 대량으로 실업자들이 생겼을 때에요. 사회적 일자리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자활사업이 많이 확장됐죠.

당시 서울에는 산동네들이 꽤 있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그런 곳에서 살아왔어요. 삼양동입니다. 가난한 시민의 아들이었죠. 그런 산동네에서는 활동가들이 공부방, 탁아소, 야간학교 등을 운영했어요. ‘생산공동체운동’이라고 해서 봉제공장을 운영하고, 막일을 하시는 분들을 위한 협동조합을 만드는 움직임들이 있었어요. 이런 운동이 자활사업의 시작이에요. 자연스럽게 그곳에서 사람들과 굴렀어요.

저는 사회적 경제 진영을 위해 살겠다고 한 적은 없어요. 자활사업을 하면서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저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하겠다는 마음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서울지역 가난한 사람들의 자활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회적경제 진영을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자활사업이 성공적으로 만들어지는 게 꿈이죠. 사회적 경제 전체가 서로 연결되면 좋겠어요. 일종의 네트워크죠. 자활사업에서 경력을 쌓은 전문 인력의 노하우가 사회적 경제 전체에 퍼지는 방법도 제도적으로 생겼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인 꿈이 있다면 작은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겁니다.

 

지금의 일을 하는 데에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재수를 하면서 허병섭 목사님과 이철용 전 국회의원님을 만났어요. 지금은 고인이 되신 허병섭 목사님에게는 신앙을 배웠고요. 이철용 전 의원님에게는 지식인의 역할에 대해서 영향을 받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배웠어요.

당시 가난하게 사는 것에 굉장한 열등의식이 있었거든요. 마치 죄인인 것처럼 살아왔어요. 그런데 이분들을 만나면서 가난이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걸 알았어요. 저희 아버지 어머니는 한평생 열심히 살아왔는데, 가난할 수밖에 없는 것은 사회적인 모순이라는 거죠.

그리고 한국신학대학(현 한신대학교)에 갔어요. 목사가 되려고 하기 보다는 사회 변혁을 꿈꾸며 신학교에 입학을 한 거예요. 민중신학을 공부하면서 교인들의 헌금으로 살아가지는 않겠다고 맹세했어요. 제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겪으면서 혁명을 꿈꾸며 살아왔거든요.

그 혁명이란 바로 주민들과 함께 공동체를 일구는 데서 시작된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러다보니 경제적 자립을 갖기 위해서 자동차운전, 자동차정비, 막노동 등 산전수전을 다 겪었습니다. 자활사업을 만나서 지금까지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사회적경제 진영을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자활에서 일하는 실무자들은 복지관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보다 못한 대우를 받으면서 여러 가지 일을 도맡아 하고 있어요. 업무량도 많고요. 서서히 몸과 마음이 탈진돼요. 자활사업이 이렇게 험하다 보니까 10년 넘게 일한 실무자들이 다른 기관으로 떠나요. 속상하죠.

‘자활사업은 실패작’이라고 단언한 사람들도 있어요. 그렇게 이야기하시는 분들을 보면 힘들죠. 자활사업은 과정이에요. 에디슨이 전구를 만들 때 1500번 정도 시행착오를 겪었대요. 전구발명 기자회견 때, 기자가 ‘1499번 실패할 때 어떤 심정이었냐’는 질문에 ‘나는 그걸 실패라 생각하지 않고 과정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고 하더라고요. 자활사업도 같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사회적 경제의 '숨은 히어로'를 추천해 주세요

자활현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다 영웅이지요. (웃음) 꼭 한 사람을 뽑으라고 하면 사회적기업 ‘(사)신명나는 한반도 자전거에 사랑을 싣고’의 김용석 사무국장이 있어요. 거긴 2006년도에 만들어 졌는데, 그때부터 국장을 맡았어요.  많이 고생하고 있죠. 

‘(사)신명나는 한반도 자전거에 사랑을 싣고’는 고장 난 자전거 고치는 기술을 체계적으로 교육하여 일자리를 만들어요. 방치된 자전거를 모으고 수리해요. 가정 형편이 어려운 국내·외 및 북한 아이들에게 재활용 자전거를 무상으로 전해주는 ‘사랑의 자전거 나눔 운동’도 하지요. 

더 하고 싶은 말

자활사업이 힘들다고 하잖아요. 모든 게 사람이 하는 일이라, 자활사업에 참여하시는 분이 자발적으로 활동을 하셔야, 실무자들도 함께 열심히 일할 수 있는데요. 자활사업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적합하지 못한 분들이 계세요. 알코올 중독자, 정신장애자, 고령자 등 그런 분들을 모시고 사업을 하고 공동체로 나갈려니까 어려움이 많아요. 어려운 일이죠. 실무자들이 고생을 많이 해요.

가장 큰 문제는 제도적인 문제 같아요. 자활참여자들이 열심히 일을 해서 여건이 나아지면 자활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벗어나면 조건부 수급자로서 받았던 혜택을 전부 못 받는 거예요. 그렇게 많은 혜택을 다 포기를 해야 하니까 저부터도 열심히 일하면 그 혜택을 다 포기해야 하는데, 과연 내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저도 회의가 들거든요. 그러니까 열심히 일을 하는 척하지만 열심히 안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죠. 그게 자활을 가장 어렵게 하는 거예요.

부분급여를 사람들에게 맞게 적용을 한다면, 좀 더 많은 근로의욕이 생길 텐데, 한국의 복지 제도는 전부 지원을 하든지 아니면 몽땅 지원을 안 하던지 둘 중 하나에요. 그래서 정부에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인력과 예산이 많이 든다고 안 하고 있어요. 개선이 필요해요.

노동자를 경시하지 않는 사회 풍토가 더 중요해요. 노동을 하면 사회의 실패자, 패배자, 밀려난 사람으로 생각을 하거든요. 노르웨이에서는 교수가 자식이 공장에 취직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한데요. 한국도 변해야 해요. 노동에 대한 건강한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공지영씨 소설 중에 ‘봉순이 언니’를 보면 이런 장면이 나와요. 할아버지와 손주가 살아요. 할아버지가 여행을 떠났는데, 할아버지가 아끼던 종마가 아프죠. 몸에 열이 나는 거예요. 손주는 사랑하는 종마의 열을 식히기 위해 찬물을 먹이죠. 그런데 더 아픈 거예요. 할아버지가 돌아와 손주를 보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사랑하는 방법을 잘 알아가는 것’이라 말했어요.

자활인들을 ‘사랑하는 법’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불쌍하니까 돈을 주는 게 다가 아니거든요. 

 


서울광역자활센터: 지난 2010년 12월에 개소한 서울광역자활센터는 서울시 소재 31개 지역자활센터를 지원합니다. 주요사업에는 광역공동체 설립.운영지원 및 자활사업단 네트워크 활성화, 신규 자활사업 개발 및 보급, 체계적인 교육과정 개발 및 운영, 현장맞춤형 경영 컨설팅, 자활상품 업그레이드 및 판로개척, 유통활성화, 창업. 취업지원, 홍보사업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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