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계곡] 왜 모두가 이렇게 힘든가. 그 이유를 밝혀내고 싶었다. 우리가 이렇게 죽음의 계곡 같은 삶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아니 빠져나올 생각도 못하는 원인을 경제의 역사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우리가 경제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자신 탓만 하며 눈을 감고 길을 걷는 것’처럼 불안한 삶을 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른 하나 K군의 현실은 막막하기만 합니다.
취재하다 알게 된 이 친구, 어렵게 중소기업에 취업한 4년차입니다. 남들처럼 죽어라 공부해 ‘인서울’ 대학에 들어갔고, 또 죽어라 영어학원 다녔고, ‘자소서’ 60번 썼고, 열 번 면접 봤고… 그 와중에 가슴 절절했던 첫사랑이 자신보다 조건 좋은 남자와 결혼하는걸 보면서 밤새 소주 마시며 울기도 했고… 그렇게 해서 이름은 들어본 적 있는 중소기업에 입사했습니다. 그래도 운 좋아 그 정도라도 들어간 것이랍니다. 가슴을 쓸어내렸다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 친구, 서른을 넘기고 나니까, 조직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좀 알고 나니까,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좀 파악이 되고 나니까 가슴이 한번씩 답답하고 먹먹해진답니다. 10년 후, 20년 후 자기 모습이 지금보다 나아지기는 커녕 더 나빠질 게 뻔히 보인다는군요.
7~8년 선배인 과장님은 요새 아파트 전세금 올려달라는 집주인 전화받고 꼬박 뜬눈으로 밤을 샌다고 합니다. 갑자기 5,000을 어떻게 만드나, 한숨만 나오는데 일이 손에 잡히겠습니까. 40대 부장님은 고3 아들과 고1 딸 학원비, 과외비가 한 달에 250이라는군요. 1년에 3,000이 애들 사교육비로 나가는데, 무슨 여유가 있겠습니까. 게다가 회사 사정 어려워지면 제일 먼저 눈치보야 할 군번인데….
과장님과 부장님도 힘들고, K군은 더더욱 힘듭니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나아질 가능성이 없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모두 죽음의 계곡에 갇혀 있습니다. 불안과 절박함이 가득한 죽음의 계곡 말입니다.
우리는 왜 이렇듯 힘들게 살아야 할까요
이 책의 목적은 우리가 어쩌다 이 죽음의 계곡에서 허우적거리게 되었는지 추적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왜 이곳에 갇히게 되었는지 알지 못하면 우리는 이곳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경제사를 말하고 싶습니다
과거가 어떻게 변화해서 현재가 되었는지 모르면 지금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미국의 진보경제학자 로버트 하일브로너는 “경제학의 목적은 우리 운명을 결정하게 될 자본주의라는 무대를 우리가 더 잘 이해하도록 돕는 것”인데, “경제학을 뚫고 들어가는 최고의 방법이 바로 경제사”라고 했습니다.
경제사를 모르면 눈을 감고 길을 걷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는 최소한 왜 이렇게 힘든지, 왜 지금 이곳에 이런 상황에 놓여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이렇게 계속 눈을 감고 길을 걷는 것처럼 끝없이 불안한 삶을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
경제구조는 그 구조에 걸맞는 인간형을 만듭니다
거대기업이 지배하는 경제구조는 조직형 인간을 만들고, 그들이 다시 조직형 인간을 재생산합니다. 그러니 그 어떤 인간형도 초역사적인 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산물입니다.
지금 우리는 얼마 되지도 않은 기회의 사다리를 붙잡기 위해 죽기살기로 자기계발해서 경쟁하고, 자식 훈련시키고, 거기다 재테크까지 잘해 노후대비도 해야 하는, 악착같은 인간형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라도 실패하면 ‘내가 무능력해서’라고 자책해야 합니다.
이 책에서는 이런 역사를 들어다 볼 것입니다. 역사가 굽히쳐 굴곡이 만들어질 때마다 어떤 경제구조가 어떤 인간형을 요구했는지 말입니다. 그래서 어떤 나쁜 옛것들이 아직도 우리 마음속에 남아 있는지 보고자 합니다. 나아가 우리를 또 다른 방식으로 벼랑으로 내모는 새로운 것들을 규명할 것입니다. 그래서 어느 구석에서 탈주의 희망을 찾을 수 있을지 보고자 합니다. 그렇게 해서 두 눈 부릅뜨고 제대로 한번 길을 가보자는 것입니다.
*편집자주 : 이 칼럼의 전문은 알투스에서 펴낸『죽음의 계곡』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연재된 칼럼은 옆 링크를 클릭하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eroun.net/author/bryu)
아무도 떠나지 않기에, 누구도 떠나지 못한다.
불안과 절박함으로 가득한 죽음의 계곡을 벗어날 방법은 없는가? [서른살 경제학]의 저자 유병률은 경제사에 그 답이 있다고 말한다.